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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세상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7-03-31 02:01 게재일 2017-03-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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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BR>임솔아 지음<BR>문학과지성사·시집

임솔아의 첫번째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시인은 2013년 중앙일보신인문학상 시 부문으로 등단한 후, 2015년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장편소설 `최선의 삶`을 출간한 바 있다. 현재 시와 소설을 함께 쓰고 있다.

첫 장편소설을 통해 가출 청소년들이 마주한 사회와 그들 사이의 갈등, 폭력 등을 단호한 시선으로 풀어냈던 임솔아는 이번 시집에서도 날카롭고 예민한 감각을 덤덤하게 표현해냈다.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에는 불합리함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 속에서 차마 적응하지도, 타협하지도 못한 채 놓여 있는 나와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편들이 다수를 이룬다. 이에 더해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나아가 한 발 한 발 내 안의 갈등들을 풀어가려는 시도를 담은 시들은 글로써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충실히 담아냈다.

“지옥 같은 별, 나를 둘러싼 세상에

남겨진 나와 또 다른 나

이곳을 떠나본 자들은

지구가 아름다운 별이라 말했다지만

이곳에서만 살아본 나는

지옥이 여기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나를 여기에 둔 채 나는

저곳으로 다시 빠져나가서”

―`아름다움`부분

이 시집의 화자에게 이 세상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사람들에겐 “아름다운 별”이지만, 나에게는 곧 “지옥”일 뿐이다. “기린에 기린이 없”고, “지구에 지구가 없”고, “사람에 사람이 없”는 갖은 모형/가짜들이 가득한 세계 속에서 나 역시 “사람 같은 모형”, 사람이되 사람이 되지 못한 채로 세계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화자는 자신과 세계 속의 자신을 분리함으로써 `나`를 구성하고 있는 세계를 인지한다. 즉, 나와 내 주위를 둘러싼 세계와의 간극을 확인하고, 객관화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 속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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