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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짐승

등록일 2017-03-24 02:01 게재일 2017-03-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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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왕 노
사랑은 짐승입니다

사랑이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는 어둠이고 빛이고 물어뜯으면서 미쳐 날뛰는 짐승입니다

사랑 앞에서는 사랑만 말해야 합니다 사랑 외에 어떤 주제나 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피골이 상접 사랑으로 연명하고 사랑으로 별을 끄고 사랑으로 환히 켭니다

사랑에 빠져 곧 익사해도 지푸라기를 잡으려고 허우적거리지도 않습니다

사랑은 사랑을 위하여 기꺼이 간까지 내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대는 지금 사랑을 잃은 사랑이란 짐승입니다

그대는 지금 눈물 속에 드러누운 눈물이란 짐승입니다

털이 눈물에 젖었고

눈물의 가뿐 숨 몰아쉬면서 눈물의 호흡을 합니다

그대의 눈물로 안드로메다가 은하수가 우주가 흠뻑 젖는 것 같습니다

내 곁에 없는 내 사랑마저

그대 눈물에 흠뻑 젖어서 끝없이 축축 처져 내리는 밤입니다

사랑을 `영혼이 맑은 짐승`이라고 규정하는 시안이 놀랍다. 사랑이라는 개념을 짐승에 비유한 것도 특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랑의 상실은 엄청난 결핍과 슬픔에 이르게 하지만 그러나 절망에 젖어있지는 않고 사랑은 그 회복을 위해 자신을 투신하게 된다는 시인의 인식에서 어떤 희망을 가지게 된다. 사랑은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결코 무너져 일어서지 못하는 나약한 것이 아니라는 사랑에 대한 강한 확신과 신념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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