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VX 등 독가스·독성물질과 병원균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는 것, 김정은이 형을 죽여 정치적 위험요소를 제거한 정황, 백두혈통을 죽이는 짓을 김정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것, 최고 존엄이 친형을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다는 것을 시인할 수 없는 사정, 외교적 갈등은 점점 악화돼 갔고, 급기야 `인질극`까지 벌이면서 단교(斷交)가 거론된다.
북이 말레이 외교관 11명을 억류하자 말레이는 북한 주민 1천명을 잡아놓고 방문비자로 들어온 북한 노동자 140명을 `불법 노동행위`로 잡아들였다. 북한은 `칼끝`을, 말레이는 `칼자루`를 쥔 형국인데, 싸움은 북이 먼저 걸었다. 미국은 김정은을 `미친놈`이라 하고, 말레이 문화부 장관은 북한을 `깡패국가`라 했다. 일각에서는 “핵이라는 칼을 쥔 노상 강도”라 부른다.
김일성·김정일까지만 해도 북한은 외교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인심도 쓰고 기부도 잘하면서 `사회주의국가의 우수성`을 과시하더니 김정은대에 와서는 `북조선의 이미지`가 형편 없이 망가져간다. 고모부 살해, 측근 처형, 살인 취미에 패륜까지 저질렀다.
북은 그동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들과 잘 지내왔지만 말레이사태 후 등 돌리는 아세안 회원국이 많아졌다. 북이 공격을 당해도 달려와 도와줄 국가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벼랑끝에 선 북조선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