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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선 북한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3-10 02:01 게재일 2017-03-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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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에 뚱뚱한 남자가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당했다. 그는 북한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 대사관에 연락해 신원 확인을 요청했고, 강철 대사가 와서 시신의 특징과 문신 등을 살펴보고 나서 “김정남이 틀림 없다”하고 “부검은 필요 없고, 시신을 북에 인도해달라” 했다. 그러나 말레이 경찰은 “어떤 독에 의해 사망했는지를 밝힌 후 넘겨주겠다” 했다. 그런데 20일에 와서는 강 대사의 말이 달라졌다. “여권의 이름이 `김철`로 돼 있다. 김정남이 아니고 김철이라는 외교관이다” 했다. 이에 말레이는 “아들인 김한솔의 DNA와 대조해보자” 했다.

여기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VX 등 독가스·독성물질과 병원균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는 것, 김정은이 형을 죽여 정치적 위험요소를 제거한 정황, 백두혈통을 죽이는 짓을 김정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것, 최고 존엄이 친형을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다는 것을 시인할 수 없는 사정, 외교적 갈등은 점점 악화돼 갔고, 급기야 `인질극`까지 벌이면서 단교(斷交)가 거론된다.

북이 말레이 외교관 11명을 억류하자 말레이는 북한 주민 1천명을 잡아놓고 방문비자로 들어온 북한 노동자 140명을 `불법 노동행위`로 잡아들였다. 북한은 `칼끝`을, 말레이는 `칼자루`를 쥔 형국인데, 싸움은 북이 먼저 걸었다. 미국은 김정은을 `미친놈`이라 하고, 말레이 문화부 장관은 북한을 `깡패국가`라 했다. 일각에서는 “핵이라는 칼을 쥔 노상 강도”라 부른다.

김일성·김정일까지만 해도 북한은 외교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인심도 쓰고 기부도 잘하면서 `사회주의국가의 우수성`을 과시하더니 김정은대에 와서는 `북조선의 이미지`가 형편 없이 망가져간다. 고모부 살해, 측근 처형, 살인 취미에 패륜까지 저질렀다.

북은 그동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들과 잘 지내왔지만 말레이사태 후 등 돌리는 아세안 회원국이 많아졌다. 북이 공격을 당해도 달려와 도와줄 국가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벼랑끝에 선 북조선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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