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코스모스홍승수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천문학
이 책은 명저 `코스모스`로 우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코스모스`가 한국 독자들에게 오기까지의 역사와 `코스모스`의 핵심 내용, `코스모스`의 성공 비결 등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은 지난해 5월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 있네` 3주년 기념 강연을 완전 수록한 것으로, `코스모스` 번역 뒷이야기, `코스모스`의 성공비결, 자신의 삶과 한국 지식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이 책은 크게 여섯 꼭지로 구성돼 있다. 첫째, 한창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50대 후반의 서울대 교수가 `코스모스`라는 대중 과학서, 그것도 한때는 `과학 전도사`로 살짝 낮춰 봤던 칼 세이건의 책을 번역하게 된 “저간의 사정”이 흥미진진하게 설명돼 있다.
둘째, 모두 13개 장으로 이뤄진 `코스모스`의 핵심 내용을 소개하며 칼 세이건의 자신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전략”이 “뻔한 사실에서 울림 깊은 진실을 찾아내는” 것임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셋째, `코스모스`가 국내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홍승수 교수에 따르면, 칼 세이건은 이 책에서 “지구 생명의 출현과 진화, 그리고 인류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빅뱅(big bang·대폭발)에서 비롯한 우주 진화의 거대한 시공간적 틀에서 조망”한다는 것이다. `우주에서의 인간의 위치`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림으로써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특히 “자기 조상의 시원을 빅뱅의 순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가슴이 설레지 않을 한국인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홍승수 교수의 반문은 칼 세이건의 성공 비결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넷째, 이러한 비판적 책읽기를 통해 홍승수 교수는 칼 세이건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한국 지식 사회의 한계, 그리고 그러한 지식 사회를 잉태한 한국 교육의 문제를 비판한다. 문과, 이과 분리 교육이 낳은 “해묵은 병폐”를 극복할 방법을 “융합의 전범”을 보여 준 칼 세이건의 글쓰기에서, 그의 해박한 지식과 깊은 통찰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 근대 교육의 당사자인 홍승수 교수 자신의 경험과 반성을 토대로 한 것이라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섯째, 이번 강연을 기획한 과학과 사람들, 사이언스북스의 스태프들과 홍승수 교수의 제자들로 현재 학계와 문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윤성철 서울대 교수,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박순창 메타스페이스(주) 대표 등이 무대에 올라 함께 좌담을 나누며 청중의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내용이다. 홍승수 교수의 인간적인 면모와 강연에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그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여섯째, 앞에서 언급한 좌담에 출연한 제자들과 과학과 사람들 원종우 대표,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명현 박사의 추천사가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