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신문에 `소매치기 기사`가 심심찮게 났고, “기상천외 신종 소매치기 수법”이란 특집기사까지 실렸었다. 요즘은 그런 `소매치기 기사`를 볼 수 없다.
이탈리아는 관광자원이 많아서 `조상 덕에 먹고 사는 나라`라 했고,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 `유럽의 거지`란 소리도 들었고, 시내버스의 승객 절반은 소매치기라 했으며, 관광객들은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경계하라”란 교육을 받았다.
신전의 나라, 성악가의 도시, 학문의 발상지인 이탈리아가 `소매치기의 나라`란 오명을 쓴 지는 오래됐다. `자원의 저주`란 말도 있지만 관광자원을 너무 많이 가진 탓에 `쉽게 살아가는 방법`만 발달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다들 존경하는 문화예술의 나라인데 요즘 그 명성에 금이 간다. 파리의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지 않는다고 한다. 반드시 어깨에 매고 그 위에 코트를 입어 보이지 않게 덮는다.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건 14년 만에 처음”이라고 탄식하는 교민도 있다. 소매치기를 하다가 들키면 도망은 안 가고 주먹질을 하는 것은 인도 3등 기차와 같다. 지난해에는 최루가스를 뿌려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는 순간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2만5천 유로(약 3천만원)을 털리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 연설에서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와 니스 테러를 언급하면서 “파리는 더 이상 파리가 아니다. 갈 곳이 못 된다” 했다. 실직한 빈곤층이 늘어나고, 이슬람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니, 소매치기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신문에 `소매치기 기사`가 나지 않으니, 그나마 살만한 곳이라 할까.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