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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까지…

등록일 2017-03-02 02:01 게재일 2017-03-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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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기차에는 귀족칸과 서민칸이 엄격히 구분돼 있다. 서민칸의 자리에는 쇠사슬이 하나씩 달려 있는데, 짐보따리를 거기 묶어두라는 것이다. 쓰리꾼 때문에 경찰도 골치가 아파서 “짐보따리를 쇠사슬에 묶지 않고 소매치기 당했을 경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경찰서장의 규정이 발표됐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신문에 `소매치기 기사`가 심심찮게 났고, “기상천외 신종 소매치기 수법”이란 특집기사까지 실렸었다. 요즘은 그런 `소매치기 기사`를 볼 수 없다.

이탈리아는 관광자원이 많아서 `조상 덕에 먹고 사는 나라`라 했고,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 `유럽의 거지`란 소리도 들었고, 시내버스의 승객 절반은 소매치기라 했으며, 관광객들은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경계하라”란 교육을 받았다.

신전의 나라, 성악가의 도시, 학문의 발상지인 이탈리아가 `소매치기의 나라`란 오명을 쓴 지는 오래됐다. `자원의 저주`란 말도 있지만 관광자원을 너무 많이 가진 탓에 `쉽게 살아가는 방법`만 발달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다들 존경하는 문화예술의 나라인데 요즘 그 명성에 금이 간다. 파리의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지 않는다고 한다. 반드시 어깨에 매고 그 위에 코트를 입어 보이지 않게 덮는다.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건 14년 만에 처음”이라고 탄식하는 교민도 있다. 소매치기를 하다가 들키면 도망은 안 가고 주먹질을 하는 것은 인도 3등 기차와 같다. 지난해에는 최루가스를 뿌려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는 순간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2만5천 유로(약 3천만원)을 털리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 연설에서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와 니스 테러를 언급하면서 “파리는 더 이상 파리가 아니다. 갈 곳이 못 된다” 했다. 실직한 빈곤층이 늘어나고, 이슬람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니, 소매치기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신문에 `소매치기 기사`가 나지 않으니, 그나마 살만한 곳이라 할까.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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