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뷰티제이디 스미스 지음민음사 펴냄·장편 소설
이미 케임브리지 대학교 영문과 재학 시절 단편 소설과 에세이를 여러 편 발표하며 출판사 편집자들의 눈에 띈 제이디 스미스는 스물다섯 살에 `하얀 이빨`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새로운 살만 루슈디` 또는 `포스트모던 찰스 디킨스`라는 찬사와 함께 여러 유명 작가와 비평가의 호평을 받았으며, 휘트브레드 신인 작가상, `가디언` 신인 작가상, 커먼웰스 신인 작가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기념상 등을 수상했다. 2003년 `그랜타가 뽑은 최고의 젊은 작가 20인`에, 2006년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 소설`에 선정됐다.
`사인 파는 남자`(2002)에 이어 세 번째 장편 소설 `온 뷰티`(2005)를 출간한 그녀는 커먼웰스 작가상과 오렌지 상을 수상했고,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백인 우월주의가 우세하면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점점 힘을 얻어 가고 있는 지금, `온 뷰티`가 그리는 미국 사회의 모습은 예리하기 이를 데 없다.
`온 뷰티`는 보수와 진보라는 양 극단에 위치한 두 중산층 지식인 가정의 모습을 통해 현대 미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모순적 상황을 지적이고 꿰뚫는 듯한 필체로 쓴 소설이다. 전작 `하얀 이빨`에서 영국 내의 문화적 차이와 인종 간의 갈등을 흥미진진하고 위트 넘치게 그려냈던 제이디 스미스는 이번 작품에서는 무대를 미국으로 옮겨, 인종적, 사상적 갈등을 겪는 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미시적 시점에서 다룬다. 이 소설은 트럼프의 당선이 얼마나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지 그 배경부터 시작해, 더 나아가서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정체성 문제까지 아울러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훌륭한 리얼리즘 소설이다.
하워드 벨시 가족은 미국 사회의 신분 격차와 인종을 뛰어넘은 개방적인 가족의 전형이다. 중하층이었던 부모 밑에서 자라 대학 교수라는 상류층으로 진입한 백인 하워드 벨시와, 몇 세대에 걸쳐 노예 계급에서 우연한 기회에 주인에게 상속받은 재산을 통해 거부로 올라선 흑인 시몬즈 집안의 딸 키키, 그리고 그 둘이 낳은 세 자녀는 계층적으로는 상류층 지식인 계급이지만, 백인 일색의 동네에서는 `흑인 혼혈`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학문적 성향 역시 매우 진보적인 하워드 벨시 교수는, 자신과 다르게 사사건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킵스 교수에 대해 상당한 불편함을 느낀다.
한편 몬터규 킵스 교수는 하워드 벨시와는 달리 흑인이면서 백인 여성과 결혼한 전형적인 `흑인 보수주의자`다. 흑백 사이에서 언제나 백인 보수 진영의 편을 들어 왔던 킵스 교수에 대해 하워드 벨시는 언제나 자신과 대척점에 선 인물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일례로 학내에 우호적인 의견이 퍼져 있는 `어퍼머티브 액션(미국에서 주립대 입학이나 공무원 채용 시 인종이나 소수계를 우대하도록 한 소수 계층 우대 정책)`에 대해 킵스 교수가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벨시 교수와 동료들은 뜨악한 반응을 감추지 못한다. 이 두 교수의 적대적인 입장은 학내 갈등뿐만 아니라 학문적 입장, 자녀 양육 문제에 있어서도 사사건건 드러나기 시작한다. 미국 사회의 다양한 모순되는 입장을 대변하는 벨시 가, 그리고 킵스 가는, 두 자녀인 제롬과 빅토리아가 사랑에 빠지면서 얽히고 설킨 갈등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책장을 놓기 힘들 정도로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와 제이디 스미스 특유의 예리하고 생생한 문체와 어우러져 강력한 매력을 더한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