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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니 두려워 말라”

등록일 2017-01-19 02:01 게재일 2017-01-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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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학 목사·포항제일교회
▲ 이상학 목사·포항제일교회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신 예수님이 자신을 왕 삼으려는 무리들을 피해 산으로 가시는 동안 제자들은 가버나움으로 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 마태복음 14장은 이들이 예수님의 지시에 의해 그 배에 올라탔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큰 바람이 일어 파도가 일어났다. 갈릴리 바다에서 형성된 대기와 동쪽 시리아 사막에서 형성된 대기가 부딪칠 때 갈릴리 바다에 이상 돌풍이 형성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제자들은 노를 저어 가다가 혼비백산해 심히 고통에 빠지게 되었다. 보라! 이들은 지금 스스로 나선 걸음이 아니라 주님의 명령을 따라 가버나움으로 가는 길인데 그 배에 풍랑이 찾아왔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의 뜻대로 삶의 행로를 선택해 가면 당연히 어려움이 사라져야 하고, 순풍에 돛을 단 행복한 여행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그 명령에 순종해서 가는 걸음에도 반드시 `인생 풍랑`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영적으로는 더욱 풍랑이 심할 수도 있다고 각오하는 것이 좋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결정적인 걸음이기에 오히려 원수의 방해도 더 커질 수가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인도에 따라 애굽을 떠나 광야로 나온 이스라엘 백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은혜와 축복이 아닌 굶주림과 추위였다. 사무엘로부터 기름부음을 받고 미래의 왕으로 세움 받은 다윗 역시 사울로 인해 당분간 거친 인생행로를 걸어야 했다. 이런 때에 그리스도인은 자기 안에서 외친다. “하나님은 도대체 어디로 가신 것인가? 왜 나를 이렇게 내던져 놓으시는가?” 예수님으로부터 떠나 노를 젓는 제자들의 심정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밤의 어두움보다 더 큰 어둠이 있었다. 버려진 거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이처럼 불투명함과 불확실함으로 당혹스러워 하는 제자들 시야에 물 위를 걸어오는 물체가 들어왔다. “뭐야, 이건? 귀신인가?” 두려움으로 몸서리치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내니 두려워 말라!” 요한복음은 여기서 강조해서 말한다. “에고 에이미”(ego eimi). 예수님의 절대 신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구약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자신을 나타내시면서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고 말씀하신 것과 같은 내용이다. “초자연적인 권능으로, 만물 위에서 만물을 다스리는 권능으로 너희들에게 찾아오는 이가 바로 나 예수다”라는 뜻이다. 예수님은 정치적 메시아 이상이다. 바로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다스리시는 왕이시다. 이 왕을 인생의 배에 영접하는 배는 그들이 가려던 땅에 이르게 된다.

공관복음은 이 일이 밤 사경쯤에 일어났다고 한다. 새벽 3~6시다. 제자들을 떠나보내신 예수님은 모든 것이 잠든 그 시간에도 제자들을 향한 사랑의 눈길을 거두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래서 물 위를 걸으시는 전능자의 손길 안에 있는 우리는 안전하다. 생의 풍랑이 닥쳐올지라도 요동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 하나님을 신뢰해 지금의 영적 항해를 계속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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