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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Jungle)의 법칙`

등록일 2017-01-17 02:01 게재일 2017-0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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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 논설위원
▲ 안재휘 논설위원

타잔(Tarzan)은 미국의 대중작가 E.R.버로스가 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다. 1914년 `유인원 타잔`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4년 동안이나 연작이 발표됐다. 이 소설은 본래 영국 귀족의 아들이었던 타잔이 비행기 사고로 아프리카 밀림에 불시착, 동물들에게 양육된 다음 밀림을 해치려는 문명인들을 응징하는 내용이다. 1931년부터 MGM사를 비롯한 많은 영화사에서 영화화 해 큰 인기를 끌었다.

예상했던 대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이 조기대선(早期大選) 레이스 신호탄이 되어 정치권 밀림의 대권전쟁이 본격화됐다. 바른정당 유승민 국회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오는 25일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문수 새누리당 비대위원 등도 대선 출마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5일에는 새누리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대선도전을 선언했다.

야권에서는 이미 대권 레이스 한복판에 들어선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선두주자다. 안희정 충남지사·이재명 성남시장이 출마선언을 한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심상정 정의당 대표·정운찬 전 총리가 금명간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돈다.

조기시행 가능성이 높아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으뜸인물로 꼽힌다. 최대이슈는 `개헌`이라는 분석에도 대체로 이의가 없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서 던진 `정치교체` 일성(一聲)이 문재인 전 대표의 적극적인 화답으로 프레임논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감컨대,`정권교체냐, 정치교체냐` 프레임은 이번 대선경쟁의 핵심주제로 부상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혼란 사태를 단순히 `보수정권의 폐해`로 몰아가는 것은 이념투쟁의 노예들이 던지는 음험한 그물이거나, 민심에 대한 명백한 오독(誤讀)이다. 국민들의 원망(願望)은 분명 `정권타도`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광장의 민심을 권력쟁취 도구로 악용하려는 일부 주체들의 시도가 빗나가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시위 한복판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석기 석방` 따위의 구호를 많은 국민들이 수상쩍어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제발 우리 정치가 상대방을 비방하는 쩨쩨한 실력을 겨루는 저질 쇼가 아니길 바란다. 반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회견에서 밝힌 “사람들이 권력의지가 있는지 많은지 묻는데, 권력의지가 남을 헐뜯는 것이라면 저는 권력의지가 없다”는 말은 그런 민심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이번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경우, 당선자는 변변한 이양절차조차 없이 곧바로 통치에 들어가야 한다. 주자들이 가진 정책만을 비교하기도 벅찬 시간적 한계가 있다. 조작인지 아닌지조차 밝혀낼 여유마저 없는 상황에서 온갖 풍설을 부풀려 뒤집어씌우려는 모략은 망국적인 범죄에 다름 아니다. 일단, `개헌`이라는 국가적인 화두가 대권주자의 정책을 비교 검증하는 첫 번째 프리즘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외교 분야는 물론, 캄캄한 불황터널에 갇힌 경제난 타개문제·빈부격차 해소대책·청년실업 해법·교육정책 등 첩첩한 난제들에 대한 해결능력을 견줘보는 일만으로도 벅차기 짝이 없는 일정이다. 상대방 쓰레기통이나 둘러엎어 냄새나는 물건을 찾아서 침소봉대하여 민심을 왜곡시키는 서툰 짓거리를 이제는 용납하지 않는 정치풍토를 창출해내야 한다. 정직한 힘만을 겨뤄 승리한 개체가 지배하는 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정글`은 일체의 사술(詐術)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누가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갈 이 시대의 `타잔`인지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인물을 `타잔`으로 뽑아서 써야 할 사명마저 외면할 수는 없다. 온갖 흑색선동의 구린내에 취한 그릇된 선택으로 타락한 권력의 참극을 또 다시 목도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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