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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순회 상영… 죽을 때까지 할 일”

연합뉴스
등록일 2017-01-04 02:01 게재일 2017-01-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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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감독, 9개국 33개 도시 종횡무진… 탄생 과정 담은 다큐도 제작
해외에서 영화 `귀향`을 보고 싶다는 요청이 오면 조정래(44) 감독은 마다치 않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해 1월 22일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홍콩, 캐나다, 프랑스, 영국, 독일, 인도에 이르기까지 모두 9개국 33개 도시를 종횡무진으로 누볐다. 영화 `귀향`을 초청해서 보고 싶어하는 이들은 돈이 없었다. 그의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곳은 대학이나 시민사회단체, 교포 등이 많았다. 그래서 상영장비 등을 준비하는 것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영화는 물론 무료상영이었다. 그렇게 해외에서 상영한 횟수는 무려 1천294회나 됐다.

영화를 본 외국인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아직도 해외 상영문의는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새해를 맞아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조 감독은 “2016년 한해가 마치 10년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기적 같은 국내 흥행 이후 이어진 해외 강행군으로 그의 몸도 많이 상했다. 7년 만에 다시 극심한 편두통이 오면서 온몸의 한쪽이 마비되는 증세도 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럴수록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단련시키겠다는 각오인 듯했다. 그는 `귀향`의 순회 상영이 “죽을 때까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이 영화가 한 번씩 상영될 때마다 타향에서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영령이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영화 제목을 귀신 `귀(鬼)`자를 써서 귀향(鬼鄕)으로 표현한 이유다. 작년 말 현재 `귀향`의 상영 횟수는 국내외를 모두 합쳐 9만1천809회에 달한다. 극장 상영뿐만 아니라 마을회관 같은 공동체 상영 등이 포함된 횟수다. 최대 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모두 달래려면 갈 길은 멀다. 올해 2월부터 일본 홋카이도를 시작으로 해외 상영을 다시 시작한다.

“매번 상영장이 울음바다로 변합니다. 특히 외국인들은 영화를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죠. 영화가 끝난 뒤 첫 질문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느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제가 더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하게 되죠. 또 이 영화는 국민 7만5천여 명의 성원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래서 `귀향`을 계속 상영하는 것이 그분들의 명령이자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완성돼 상영되기까지 기적의 연속이었다. 조 감독은 2002년 `나눔의 집`에 판소리 봉사활동을 갔다가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밤새 시나리오를 썼다. 이후 시나리오를 들고 투자자들을 찾아다녔지만 `위안부 이야기`라는 말에 대부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국민에게 자유로운 후원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12억원을 모을 수 있었다.

한 푼 두 푼 11년을 모은 용돈을 기꺼이 기부한 초등학생부터 카센터, 세탁소를운영하는 분들 등 무려 7만5천270명의 정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렇게 14년 만에 완성된 `귀향`은 올해 2월 극장 개봉해 359만명의 관객을 울렸다. 그는 `귀향`의 수익금을 `나눔의 집` 등에 기부했고, 무료상영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조 감독은 `귀향`이 탄생하기까지 과정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귀향, 14년의 기록`을 제작 중이다. 올해 광복절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드리지 못한 비공개 영상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도 나옵니다. `귀향`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의 사연이 담길 예정입니다. `귀향`을 만든 것은 바로 국민이라는 사실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또 다른 장편영화도 준비 중이다. 조선 시대 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광대`라는 작품이다.

그는 “조선 시대 때 광대는 천민이었고, 개·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면서 “그런 어려움 속에서 전통음악을 계승 발전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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