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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回春) 프로젝트

등록일 2017-01-02 02:01 게재일 2017-01-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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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br /><br />
▲ 김동찬 김천대 교수

2017년 정유(丁酉)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좋든 싫든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 그만큼 생물학적으로 늙는다는 의미이다. 중국 시황제는 영원히 살기 위해 불로초를 찾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기(史記)에 의하면 기원전 219년에 시황제의 명에 따라 서복이라는 인물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수천 명을 이끌고 동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로마 클라우디우스란 황제는 몸이 아플 때 어린 소녀들을 침실로 불러들여 동침해 효험을 보았다. 이때부터 `스네미티즘`이라 하여 어린 소녀의 기를 받아 정력을 회복시키려는 양생법이 유행했다고도 한다. 중세에 프랑스 등지에선 노인들에게 소녀들이 알몸으로 동침 서비스를 해 주는 이른바 `회춘살롱`이 번성했다.

회춘이 젊은 외모를 갖기 위한 것인지, 오래 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력을 되찾기 위한 것인지 그 정의가 다소 애매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회춘 개념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1) 피부와 몸에 일어난 노화 현상을 제거하기 위한 미용 치료, (2) 심장병, 당뇨병 등 수명을 단축하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 (3) 성기능을 회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 (4) 활기차고 또렷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맑고 젊은 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지난 30년 동안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2년마다 1년씩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특별한 장생이나 회춘법을 찾지 않더라도 급속도로 발달한 현대 의학이 처방해 주는 맞춤 요법을 성실하게 따라가는 것으로도 회춘은 충분하다.

미국 칼텍(Caltech)과 UCLA 연구팀은 최근 회춘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을 통해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내용을 살펴보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노화를 유발하는 변이된 mtDNA(미토콘드리아 DNA)를 특이적으로 제거하여, 나이 들수록 우리 몸에 축적되는 세포 손상을 줄이거나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브루스 헤이(Bruce Hay) 박사는 “세포 내 가장 중요한 에너지 생성 기관엔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mtDNA의 돌연변이가 증가하면 할수록, 세포의 조기 노화가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노화되면 돌연변이 mtDNA가 신경과 근육과 같은 주요 조직에 축적되고, 이들 조직의 기능이 상실된다. 따라서 돌연변이 mtDNA의 발생량을 효율적으로 줄 일 수 있다면, 노화를 늦추거나 또는 역전(회춘)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국내 최인표, 정해용 박사팀 또한 백혈구 등 혈액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인체 내 조혈줄기세포를 더 젊어지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몸이 노화하면 조혈줄기세포도 함께 늙으며 면역저하·빈혈·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데, 조혈줄기세포를 `회춘`시켜 이런 장애를 해결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조혈줄기세포의 노화를 조절하는 인자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규명함으로써 해당 세포를 젊게 만드는 기법이다. 특히 연구진은 조혈줄기세포 내에서 노화를 유도하는 단백질 `p38 MAPK` 활성을 억제하는 특수한 화학물질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골수에 이 화학물질을 투여해 조혈줄기세포가 젊어지는 효과를 확인했다. 또 백혈구 감소증을 앓게 한 생쥐에 이 화학물질을 투여하면 조혈줄기세포 기능이 회복되면서 생존 기간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지금 이 순간에서 전 세계의 생명과학자들은 새롭게 효능이 높은 회춘법을 개발하기 위해 밤을 잊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969살 생존했다는 `므두셀라`. 그러한 놀라운 생명연장의 꿈이 언젠가는 우리들의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않아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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