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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문학의 거짓과 사실에 대하여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12-30 02:01 게재일 2016-12-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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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답지 않은…묘조 기요코 지음교유서가 펴냄
“절망하지 말라. 비록 그대의 모든 형편이 절망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이미 일이 끝장난 듯 싶어도 결국은 또 다시 새로운 힘이 생기게 된다.”-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인간 운명의 부조리(不條理)와 존재의 불안을 극한으로 표현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다.

40세에 폐결핵으로 사망한 카프카는`변신``성` `실종자`등 대표작을 남겼으며 죽을 때까지 창작열을 불태웠다. 그는 “한 권의 책은 고통을 주는 불행처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처럼, 자살처럼,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처럼 충격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묘조 기요코의 `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교유서가)는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 달리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독일의 실존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문학연구서다.

이 책은 기존의 카프카상을 깨고 좀더 인간적이며 생생히 살아 숨쉬는 카프카의 모습을 재구성해 보여준다.

저자는 1912년 9월부터 11월까지 약 두 달 반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기간은 카프카의 생애 가운데 가장 풍요로운 작품 활동의 시기였다.`판결`,`실종자`,`변신`은 카프카가 생전에 출간한 작품 가운데 절반에 해당한다.

저자는 당시 카프카의 편지, 일기, 산문과 이들 작품을 시간 순으로 독해하면서 카프카의 성장 과정과 주변 환경, 내면을 종횡무진으로 엮어낸다. 그간 작품들 사이의 관련성을 파악하거나 카프카의 생애 전반과 관련지어 텍스트를 독해하려는 시도는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이 특별한 것은 그간 연관이 없었다고 여겨진 텍스트들을 함께 독해해 카프카 본연의 모습을 되살리고, 카프카 문학의 `거짓`과 `사실`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까지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드러나는 1912년 9월부터 11월까지의 카프카는 거짓말과 연기에 능하고, 사랑에 대한 욕망을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사업에도 자신감을 보이는 강한 사람이고, 강한 아버지에 짓눌린 약한 아들이 결코 아니다. 또한 예술적 측면에서는 “진실을 드러내는 거짓”으로서의 문학, “허위로 가득한 현실 세계를 아무런 허위 없이 재현하는” 문학에 한 걸음 다가서는 불멸의 현대적 면모를 보인다.

카프카는 세 번 약혼했다가 모두 파혼했으며 이후 유부녀인 밀레나 예젠스카와 사귀기도 했지만 끝내 결혼하지 않았다. 카프카가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 또한 그가 작품 활동에만 충실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오랫동안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카프카가 사랑과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를 좀더 입체적으로 파악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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