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장기초 `5분 생활영어`<BR>5개월간 놀라운 성과<BR>교내 영어 퀴즈대회도 열성<BR>영어공부 거부감 사라지고<BR>배움의 즐거움 만끽
지난여름, 포항의 한 작은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5분의 작은 기적`<본지 7월 11일자 1면 보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이들에게 영어는 어느새 일상이 됐다. 지난 21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장기초등학교(교장 이성규) 강당에는 전교생 48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학생들의 눈빛에는 긴장과 설렘이 초롱초롱 맺혀 있었다.
이날은 5분 생활영어 말하기 퀴즈대회 결승전 날. 지난 19일부터 시작한 대회는 마지막을 남겨두고 있었다. 2명씩 짝을 이룬 16개 팀 간의 영어 말하기 대회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아이들은 한 문제도 놓치지 않으려고 연신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매일 5분씩 생활영어를 배운 성과를 뽐내려는 듯 저마다 마이크를 놓지 않고 있었고, 화면에 나오는 문제가 채 5초도 지나기 전에 유창한 영어발음으로 정답을 말하는 학생들도 더러 보였다.
우승은 강당에 있던 참가자들 중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정두환(3년) 학생과 한애진(6년) 학생이 짝을 이룬 영어고수팀에게 돌아가 놀라움을 더했다.
이날 대회를 지켜본 한 교사는 “두환이가 우승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정말 많이 노력한 것 같다”며 “그동안 교실에서 배우던 영어를 퀴즈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영어는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3월 이성규 교장이 이 학교로 부임한 뒤부터 시작된 5분 생활영어수업은 1년 농사에서 풍년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공부` 특히,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산만했던 아이들도 영어수업만 되면 눈빛을 반짝일 정도다.
매일 5분이,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버린 아이들과 이들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보인 교사들의 노력이, 진짜 `학교`를 만들어냈다.
도시 외곽의 조그마한 학교에서 퍼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105년 전통의 이 학교 총동창회까지 전달됐다.
총동창회에서는 신입생 장학금 지원 및 특색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상품비를 지원하겠다고 선뜻 제안해왔다.
김정기 장기초등학교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5분 생활영어 특색교육이 지속적으로 추진돼, 앞으로 이 모교가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를 대신했다.
이성규 장기초 교장은 “매일 5분 생활영어와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영어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을 기대하며 모든 교육역량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은 점차 영어뿐만 아니고 학습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며,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한 바른 인성을 길러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5년간 이어져 온 시골의 작은 학교는 올 한해 또 하나의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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