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승 도
푸른빛을 잃은 나뭇잎들, 언제라도 땅으로 내려설 자세다
이미 수많은 낙엽들이 덮은 땅 위로 바람 한 자락 없는데도
또 떨어지는 잎들
흔들흔들 노 저어 나아가는 조각배가 되어
가지에서 땅으로 흘러내린다
그러니 가지에 남은 잎새들의 저 가벼움
그런데 저 가벼움이 왜 이리 엄숙한 것이냐
혹은 고요한 것이냐
강원도 산골에서 은거하며 시를 쓰는 시인이 나뭇잎들이 계절별로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바라보며 인생의 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사념의 시다. 자연사로 본다면 인간의 죽음 또한 자연의 한 현상에 불과하고 사소한 일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떨어지는 나뭇잎의 가벼움과 추락의 엄숙함을 느끼며 청춘의 때를 거쳐 늙고 병들어 죽는 우리네 한 생이 여기에 비해 별로 다를 바 없다는 시인의 육성에 가만히,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