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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현 대숲에서

등록일 2016-12-16 02:01 게재일 2016-12-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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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성
황토현에 해가 기운다

대숲의 죽순마다 하늘에 삿대질을 하고 있다

어머니는 죽순나물을 좋아하셨다

아무도 가꾸지 않아

저 망각의 밀림에 버려진 무기들은

비 오자마자 부드러울 때 잘라 냈어야 한다

그 때 그이들은

후대의 우리만큼은

다시는 죽창 따위 들지 말고

죽순을 맛있게 먹으라고 목숨으로 이르셨다

황토현은 전라북도 정읍시에 있는 동학운동의 전승 터이다. 1894년 갑오농민운동 때 동학농민군이 관군을 크게 물리친 곳이다. 황토현 대숲에서 시인은 죽창을 들고 의기롭게 싸웠던 동학농민군들의 함성소리를 듣고 있다. 민초들의 삶을 짓밟고 유린한 무리들을 향해 온 몸을 던진 그들의 의로운 궐기를 짧은 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갈등과 대립을 넘어 죽창을 만들었던 대의 죽순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람 사는 평화와 평등의 세상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인의식이 소복 담겨져 있음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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