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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등록일 2016-12-15 02:01 게재일 2016-12-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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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 발
그는

가슴 속 담겨있던 술병의

뚜껑을 열면 울음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데

그 안에서 고통이 터져 나올 것 같은데

바다는 핏빛이고

밤안개는 번지고

내리고, 흐르고, 피어나고, 우는데

붉은 나무 가지에 목숨처럼 매달린

노란 리본이 아이의 눈망울처럼

바람으로 다가오는데

그는

오늘도 건조대에 널린 빨래처럼

몸을 방파제에 걸친 채

상처받은 개구리가 되어

또다시 똬리를 틀고 있다

필자도 지난 2월 말 진도 팽목항에 다녀온 적이 있다. 너무도 가슴 아픈 현장에서 말을 잊었었다. 아직도 물결 사이에 사랑하는 아이를 묻은 실종자 가족들이 망연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란 리본이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그 절규의 현장에서 시인은 가슴이 먹먹해져 눈물짓지도 못한 안타까움을 이 시에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어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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