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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그림자가

등록일 2016-12-12 02:01 게재일 2016-1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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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희 덕
소나기 한 차례 지나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 맞으며 앉아 있던 자리

사과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 하늘 한 조각

누추하고 고단한 생을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과일 파는 할머니의 하늘은 머리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땅하늘`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시인은 자두 몇 알을 사면서 할머니의 땅하늘을 발견한 것이다. 그 땅하늘에 비가 내리고 그 속에서 그림자를 발견한 것이다. 평생을 가난 속에서 과일 행상을 하면서 살아온 할머니의 하늘은 머리 위의 하늘이 아니고 자신의 과일을 사주고 인사 나누는 사람들이 다니는 땅인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할머니의 하늘을 보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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