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미 승
이곳은 바닥, 날개 대신 두 발을 형벌로 받았지
그러니까, 제 아무리 크낙한 날개를 가진 새라도
나보다 더 오래 달리진 못하지
저 봐,
하늘 길도 바리케이드 투성이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하는
새대가리들 툭, 툭
그것 봐, 절정은
날개 돋친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하늘을 꼬나보며
발이 안 보이게 내달리는
바로 여기
인간에게도 어쩌면 날개가 있었는지 모른다. 가슴 속에는 나름의 날개를, 이제는 더 이상 날아오르지 못하는 욕망과 희망의 날개들을 품고 사는 것이리라. 시인은 이러한 존재적 한계를 인식하고 끝없이 질주하는 문명의 속도 앞에서 꺾이고 상한 날개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들의 꿈과 좌절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절정의 순간은 더 이상 힘차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순간이 아니라 꺾인 날개지만 끝없이 날아오르려고 애쓰고 욕망하는 그 때가 절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