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경 주
병이 너무 길어서 꽃이 피는가
푸르고 푸른 잎으로 떨어져 나간 자리
상처가 아물면 노래가 되는가
한 몸이라도 나는 나를 만날 수 없었네
한 줄기 한 뿌리라도 나는 나를 쓰다듬을 수 없었네
늦여름이 가고
또 한 늦여름이 가도
그리움은 연붉은 자주색
나는 나를 살아낼 자신이 없었네
나는 내 사랑을 견디어 낼 계절이 없었네
상사화(相思花)는 순결한 사랑이라는 뜻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꽃이다. 잎이 다 지고 난 뒤에 꽃이 나오므로 이파리도 꽃을 못보고 꽃도 이파리를 볼 수 없어서 서로 그리워만한다는 뜻에서 상사화라 부른다. 어쩌면 진정으로 순결하고 참된 사랑은 이렇게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대상에 대해 끝없이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것인지 모른다. 왜곡되고 불구의 사랑이 넘쳐나는 우리 시대에 상사화 한 송이가 건네주는 무언의 메시지가 서늘한 바람을 타고 가만히 다가서는 아침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