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선 환
게가 생전에 몸뚱이를 밀어넣고 깃들었던,
깊은 살과 아린 상처와 무른 뼈를 갈무리해두던 등딱지가
지금은 텅 비었다
게는 죽으면서 시늉을 했다
집게발 두 개를 등딱지 밖으로 내밀어보인 것
보인다
한 발은 집게 하나가
한 발은 마디 하나가 부러져 있다
개펄에
등딱지 한 개와 집게발 두 개가 놓여 있다
집게발로 움켜서 놓칠세라
빈 등딱지를 꽉, 붙안고 있다
비안도 개펄에서 시인은 집게가 죽어있는 한 장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생전에 몸뚱이를 집어넣고 그의 모든 것이 깃들었던 고동 껍질집이다. 비록 광대한 자연 속의 하찮은 미물이지만 게는 그의 짧은 한 생을 마감하면서 가지런히 그를 정리하고 떠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거처였던 빈 등딱지를 꽉 붙들어 안고 죽은 게의 주검과 그 주변을 보여주면서 시인은 우리에게 뭔가를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