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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안도 1

등록일 2016-11-29 02:01 게재일 2016-11-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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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선 환
개펄에 게 한 마리 엎드려 있다. 뱃바닥도 뱃속도 휭 뚫렸다

게가 생전에 몸뚱이를 밀어넣고 깃들었던,

깊은 살과 아린 상처와 무른 뼈를 갈무리해두던 등딱지가

지금은 텅 비었다

게는 죽으면서 시늉을 했다

집게발 두 개를 등딱지 밖으로 내밀어보인 것

보인다

한 발은 집게 하나가

한 발은 마디 하나가 부러져 있다

개펄에

등딱지 한 개와 집게발 두 개가 놓여 있다

집게발로 움켜서 놓칠세라

빈 등딱지를 꽉, 붙안고 있다

비안도 개펄에서 시인은 집게가 죽어있는 한 장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생전에 몸뚱이를 집어넣고 그의 모든 것이 깃들었던 고동 껍질집이다. 비록 광대한 자연 속의 하찮은 미물이지만 게는 그의 짧은 한 생을 마감하면서 가지런히 그를 정리하고 떠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거처였던 빈 등딱지를 꽉 붙들어 안고 죽은 게의 주검과 그 주변을 보여주면서 시인은 우리에게 뭔가를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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