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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영화는 `좋아서 하는 것`이지”

연합뉴스
등록일 2016-11-23 02:01 게재일 2016-11-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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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 공로상 받은 임권택 감독<BR>“`100편 감독` 자랑거리 아니야”

“영화를 100편 넘게 만들었다고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100편 감독`이라는 말은 내게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1955년 영화계에 입문해 60여년간 102편의 영화를 연출, 영화사에 기여한 공로로 제47회 고아 인도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임권택(80) 감독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기자가 다작을 언급하자 `부끄러움`을 먼저 얘기했다.

스스로 자랑할 만한 영화를 아직 만들지 못했다는 임 감독은 영화를 완성하면 남들이 지적하지 않아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서, 어쨌든 좋은 작품을 하려면 계속 영화 연출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꿈이 아니라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계에 입문했다. 철없던 시절 철없이 만든 영화는 인생의 치부가 돼 감추고 살아도 괴롭다”는 그의 공로상 수상소감은 이번 영화제 개막식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음 작품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는 임 감독은 “영화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다음은 임 감독과 일문일답.

- 그동안 102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 영화사에 기여한 부분을 인도에서도 인정했다고 생각한다. 수상소감은.

△ 이곳 인도에서도 102편이나 만든 감독이라고 부러워하고 그걸 자랑거리로 생각하고 나에게 묻는 사람이 많은데 내 입장에서는 하나도 자랑거리가 아니다.

감독 데뷔 후 초기 한 10년 동안 50여 편을 찍었다. 그 영화들은 참 나를 괴롭히는 영화들이다. 100편 얘기가 나오면 그 영화들 포함해서 100편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괴롭고 그때 작품을 잊고 싶다. 몇 해 전 TV에서 한국영화걸작선이라고 60년대내 영화가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찍었는지도 몰랐다. 끝날 무렵에야 내 작품인걸 알았다. 얼마나 잊고 싶고 정이 안 갔으면 그랬겠나. 영화 제목이 뭔지, 촬영감독은 누군지 이런 것이 전혀 기억도 안 난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야 하는데, 철없던 시절에 흥행을 위해 우리 삶과는 전혀 무관한 영화를 찍었다. 100편 감독이라는 게 나에게 좋은 말이 아니다.

- “아직 스스로 완성도가 높고 자랑할만한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동안 연출한 작품 가운데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지 않나.

△ 종전에도 이런 얘길 하면 `아니 왜 좋은 작품 만들어 놓고 그런 얘기 하나`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건 만든 사람 입장에서 불만이다. 남들이 지적하지 않았지만, 나는 열심히 만든 끝에도 눈에 거슬리는 데가 나온다. 가령 서편제에서도 아버지 `유봉`이 홀아비로 애들하고 같이 사는데 옷 입고 나온 거 보면 다리미 자국이 있다. 홀아비가 그런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관객들이 그런 오점을 발견 못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건 삶의 실제가 아니다.

- 이번 상을 격려로 알겠다고도 했다. 앞으로 더 멋진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다짐으로 이해되는데, 혹시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이 있나.

△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는 어떤 소재로 어느 분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시나리오가 나와보면 알겠지. 어쨌든 (좋은 작품을 하려면) 계속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욕심 너무 많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끊임없이 부족한 것을 느낀다. /연합뉴스

- 앞으로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이해하겠다.

△ 건강도 그렇고 이제 늙어 가지고 요즘 젊은 사람들 영화가 굉장히 세련되고 속도도 빨라지는데 그런 영화는 못 찍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만드는 사람이 세월을 산 만큼, 체험이 주는 것을 바라본 만큼만 찍히게 되어 있다. 그걸 넘어설 수 없다. 또 세상 보는 눈이 있으면서 어린 얘기를 할 수도 없다. 나도 그런 나이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 “꿈이 아니라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계에 입문했다. 철없던 시절 철없이 만든 영화는 인생의 치부가 돼 감추고 살아도 괴롭다”는 공로상 수상소감은 진솔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이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 왜 강렬하냐면 그런 인생을 산 자의 솔직한 고백이니까. 남이 써 줘서는 그런 글이 안된다. 소감문을 준비하면서 이런 얘기는 나이 든 사람은 이해해도 젊은 사람은 못 알아 들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반응을 보니 많이 공감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 많은 작품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작품에 담아내려 했는데 이런 작품이 인도를비롯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결국, 사람사는 사는 이야기는 한국이나 인도나 미국이나 다 같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건 모두한테 통할 수 있다.

- 1955년 영화계에 입문했다. 영화와 함께 60여년을 보낸 건데, 임 감독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 영화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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