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의미에서, 법률가(法律家)는 법률에 대해 연구하고 제정하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률 업무 종사자를 말한다. 법률을 연구하는 사람은 법학자, 법률을 제정하는 사람은 입법가, 법률을 해석하거나 적용하는 법률 업무 종사자는 법조(法曹) 또는 법조인으로 부른다. 좁은 의미로서의 법률가는 법학자나 입법가를 제외한 법조인만을 가리킨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예술가들이다. 창과 방패를 함께 휘두르며 법망의 성긴 부분을 찾아 범법자들을 빠져나가게 하거나 벌을 줄여주는 일로 수익을 올리는 직업이다.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려, 박근혜 대통령이 백기를 드는 순간만 남은 듯하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모종의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 영리한 법률가들이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20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실비서관의 범죄관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범` 혐의를 인정한 수사결과를 내놨다.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이에 대해 “어느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고 거칠게 반격하고 나섰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던 지난 4일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 모습이 오버랩된다.
약속처럼 수사에 성실히 응해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며 회피해온 의혹 당사자가 막상 수사결과가 나오니 전면 부정하고 나서는 언행의 생경함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검찰수사 수용을 거부하고 탄핵의 배수진을 친 유영하 변호사의 반론 조목조목에는 범죄와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내려는 의도가 농후하다.
죄의 유무를 다투는 검찰의 논고와 변호사의 변론 전쟁에는 수많은 궤변들이 동원된다. 대략의 민중들은 그 교묘한 담론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향해 저어가던 노()를 놓치고 표류하기 일쑤다. 온갖 매체들의 `박 대통령`과 `최순실`을 주어로 하는 줄기찬 `카더라 보도`가 무책임한 낭설을 양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유영하 변호사의 반론은 아무리 좋게 들어도 궁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덫에 걸렸다”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관찰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거국중립내각` 아이디어로 국정을 장악한 뒤 시간을 벌고자 했던 야당 일각의 꿍심은 `즉각 하야`를 부르대는 민심의 망치질에 박살이 났다.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길은 특검수사를 경유한 `탄핵` 절차뿐이다. 정상대로라면 `특검`이나 `탄핵`이라는 말은 집권 정부여당으로서는 기겁 질색을 할 용어들이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그 험악한 일들을 각오하고 배수진을 치니 판세가 또 다른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이 민심을 신실하게 담아내려는 진지함을 내던지고 오직 `대권놀음`의 포로가 되어 흑심겨루기만 펼치던 끝에 희한한 일이 초래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시간벌기` 전략은 일단 성공한 듯하다. 어쩌면 헤게모니는 청와대 쪽으로 넘어간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야`는 이제 오롯이 박 대통령의 카드가 돼가고 있다. 청와대는 뭇 언론들이 쏟아내고 있는 `의혹`의 해일 앞에 최후의 반격 진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전히 문제의 핵심은 `민심`의 향배다. 약간은 달라진 정황을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탄핵`과 `하야` 사이, 그 좁디좁은 그루터기에 가까스로 발 딛고 선 박 대통령의 초점은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궁금하다. 최소한 형해(形骸)조차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보수정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참마음에 닿아 있길 기대한다. 잔인하리만치 기울어있는 민심을 돌이켜 세울 묘안이란 낙타 앞에 놓인 바늘구멍 형국이다. 그나마나 변호사들의 변명이 교졸한 말장난으로 판명 나는 날엔 더 큰 재앙이 닥칠텐데…. 수상한 칼바람 앞에 대한민국이 속절없이 요동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