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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덕(德)·딸 화(禍)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1-21 02:01 게재일 2016-1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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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는 “딸 덕을 크게 본 행운아”였다. 선거운동 당시 신문 방송 편집자들은 그의 `험한 얼굴 사진`을 주로 내보냈다. `야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이 험한 인상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 사람이 바로 그의 딸 이방카였다. 그녀는 항상 아버지 옆에 바싹 붙어 다니면서 `미녀와 야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트럼프의 첫 부인은 모델 출신의 이바나였고, 딸도 어머니를 닮아 뛰어난 미모를 갖췄으니, 아버지의 야수 이미지를 잘 희석시켰다. 아버지가 여성 비하·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자, 딸은 “아버지 회사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있다”는 찬조연설로 완화시켰다.

이방카의 남편 쿠슈너도 일등공신이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혈맹인데 트럼프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에서 중립을 지키겠다”하자 유대계들이 화를 냈다. 이를 무마시킨 사람이 바로 사위 쿠슈너였다. 그는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유대인의 손자였다. 그는 유대계 지도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해명했다. 또 그는 연설문을 작성했고, 온라인 선거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그래서 당선인은 사위를 백악관에 데리고 들어갈 작정이다.

이렇게 딸·사위의 덕을 크게 본 사람도 있지만 딸 때문에 패가망신 인생을 망친 사람도 있다. 바로 최순실이다. 딸 사랑이 지나쳤던 것이 화근이다. 재벌이나 하는 `승마`를 가르친 것부터 잘못이었고, 그것도 올림픽 출전 선수로 키우려 한 것이 과욕이었다.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들어가는 일인데 그 돈을 변통하려면 권력을 이용해서 기업들의 돈을 뜯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곤경은 그녀를 말리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최태민·최순실 멘토`에 대한 보상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고교 졸업도 취소되고, 대학 졸업장도 사라지고, 후원금도 끊어지고, `최순실법`이 만들어져서 재산까지 몰수되면, 모든 것이 일장춘몽이다. 그러나 `과욕은 재앙`이라는 교훈은 남겼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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