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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뒤집기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1-16 02:01 게재일 2016-1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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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 `더록`은 `후버 파일`을 둘러싼 이야기다. 후버는 무려 48년간이나 FBI 국장을 했다. 1972년 심장마비로 숨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킨 것은 역대 대통령들의 약점을 다 쥐고 있었기 때문. 어느 대통령도 그를 해임하지 못했고 심지어 케네디가 의문의 암살을 당한 후 자리를 승계한 존슨 대통령은 70세인 그를 `종신 FBI국장`에 임명했다.

`더록`의 마지막 대사가 “누가 케네디를 죽였는지 알어?”였다. `후버 파일`에는 당시 유명 인사들의 치명적 약점들이 다 들어 있다는 소문이 났었고 모든 정보기관들이 그 필름을 찾으려고 혈안이 됐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고 영화의 소재나 될 뿐이다. 다만 “약점 없는 대통령은 없다”는 것만 밝혀졌다.

현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은 미 대선을 11일 남겨둔 시점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주고받은 새 개인 이메일을 발견, 재수사할 방침”이라는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 그것은 클린턴 후보에게는 치명상이었다. 그녀는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국가 기밀이 담긴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는데 FBI는 지난 7월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그것을 다시 꺼내어서 “새 개인 이메일 발견, 재수사 방침”이라 했다가 선거 2일 전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클린턴을 두 번 죽이는 악재 중의 악재였다.

당시 클린턴 후보는 3번의 TV토론에서 승기를 잡았고 음담패설 동영상까지 나와 패색이 짙은 트럼프 후보는 거의 포기상태, 측근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클린턴 당선`이 눈앞에 온듯했다. 이 시점에서 `막판 뒤집기`를 FBI가 시도했고 그것은 제대로 먹혀들었다.`재수사 방침`이 나오자 클린턴 인기는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의 비리`는 한 묶음이 되어서 “클린턴 가문은 부패한 집단”이란 연상작용을 일으켰다.

선거전이란 폭로전이고 막판뒤집기는 항상 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선거의 맹점`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지만 악취 풍기는 꽃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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