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부서진 조수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소설집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조수경 작가의 첫 소설집 `모두가 부서진`(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조수경 작가는 그간 발표한 소설들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력한 서사를 구사하는 데 탁월함을 보여줬으며, 인간 사회의 어둡고 추한 민얼굴에 주목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일하는 고독한 장애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등단작 `젤리피시`는 “단순한 유행 감각의 소산이 아니다. 이 작가는 인간의 깊은 내부 세계를 들여다보는 안목을 갖췄다. 또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묘사 능력도 탁월했다”(문학평론가 방민호·소설가 성석제)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모두가 조금씩 부서진 채로 살아가는 우리 일상의 면면, 그 안에 도사린 등골 서늘한 균열들에 집중한다.
`모두가 부서진`의 수록작 여덟 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도시 속에서 각자의 부서짐을 치열하게 경험해 간다.
이는 하반신 마비(`젤리피시`)처럼 눈에 보이는 장애에서부터, 눈앞에 직면한 이혼(`유리`), 아버지의 외도에서 기인한 강박적 순결 콤플렉스(`마르첼리노, 마리안느`), 부모에게 버려진 뒤 방향을 잃어버린 청춘(`떨어지다`), 거짓으로 유지된 연인 관계의 파경(`할로윈―런, 런, 런`), 임신 문제를 둘러싼 고부 갈등(`지느러미`)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된다.
사소한 균열은 점차 뚜렷한 붕괴가 되고 이내 걷잡을 수 없이 일상을 망가뜨린다. 결말에 이르러 인간 본성에 존재하는 기괴하고 뒤틀린 면모를 마주하게 한다는 점은 조수경 소설의 특장이다. 특히 작가는 소설 도입부에 종종 꿈을 배치함으로써 이 불쾌한 진실을 고지하곤 하는데, 일반적인 도피처로서의 꿈이 아닌 지독한 악몽을 통해 어떤 각성을 이끌어낸다.
문학과지성사 측은 “조수경이 들여다보는 삶의 진실은 왜곡된 욕망에 이끌려 약한 사람이 더 약한 이에게 폭력을 가하고 타인의 불행을 집요하게 캐내며 균열을 은폐해가는 방식으로만 생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악몽이야말로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현실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누군가는 완벽한 고독 속에서 이미 분절돼 버린 몸을 다시 잇는 재생의 꿈을 꾸도록 한다. 모두 쉽게 눈감고 합리화함으로써 왜곡된 진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우리의 오늘에 각성의 안경을 건네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