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링의 주역 강의 리링 지음·차영익 번역 글항아리 펴냄
주역은 논어 노자와 함께 중국 고전으로 꼽힌다. 본래 이론서가 아니라 각종 시공간적 상황을 설정해 그것에 알맞게 처사하는 지혜를 일러주는 책이다.
중국에서 고문헌학·고문자학·고고학 등 `3고의 대가`라 불리는 리링(68)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의`리링의 주역 강의`(글항아리)는 그의 수년간 주역 강의록을 모은 책이다.
주역은 서주시대부터 있었던 역경과 이를 후대에 해설한 역전으로 이뤄진다. 흔히 `경`은 점술을 말하고 `전`은 철학을 말했다고도 하지만, 이 둘은 결코 분리될 수도 분리된 적도 없다. 주역은 경과 전의 관계가 특히 긴밀해, 전을 버리고 경만 읽는다면 아무 맛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역전`의 해석이 주역의 본뜻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경`의 판본부터가 다양해 해석이 분분한데, 리링 교수는 경문의 본뜻에 가까이 가는 길잡이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리링 교수는 왕필본을 저본 삼고, 출토본별 차이를 밝히면서 역경 본문을 해설한다. 수천 년 역학사에 대한 단단한 이해와 문자학·음운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위당송(漢魏唐宋)의 방대한 주와 근현대 연구가들의 해석을 비교 분별하며 주역 이해로 나아가는`가장 믿음직한 길`을 보여주고 있다.
`주역`은 상하(上下)의 두 경(經)과 십익(十翼)으로 이뤄진 책이다. 두 경은 괘효(卦爻) 및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로 구성돼 있다.
8괘(八卦)는 전설상의 인물인 복희씨(伏羲氏)가 점을 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고, 문왕이 그것들을 중첩시켜(8×8=64) 64괘로 발전시키고는 거기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글(괘사 또는 단사(彖辭))로 덧붙였으며, 문왕의 아들인 주공이 384개의 효(爻, 하나의 괘는 여섯 효로 이뤄져 있으므로 64×6=384가 된다.) 각각에 역시 글(효사)을 달았다는 것이다.
십익이란 「단전(彖傳) 상하(上下), 「상전(象傳)」 상하, 「계사전(繫辭傳)」 상하, 「문언전(文言傳)」,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괘효의 원리와 순서, 그 철학적 함축 등을 밝힌 공자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는데, 오늘날 학자들은 그것을 후인들의 가필로 간주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