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이스라엘 아리 샤비트 지음·최로미 번역 글항아리 펴냄·세계사
800만 인구, 한국의 3분의 1 면적의 `소국`에서 역경을 헤쳐 강소국으로 떠오른 나라.
2000년 동안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다시 생긴 유일한 나라. 1인당 GDP 2만8천700달러, 인구가 건국 당시보다 13배 늘었고 최대도시인 텔아비브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신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하지만 올해 건국 68주년을 맞은 이스라엘은 기로에 서있다. 주변에 수많은 적을 둔 태생적 환경 탓에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서 자국 안보 이기주의에 너무 몰입해 보편적 정의를 등지는 길을 걸어왔다는 비판이 높아졌다.
최근 출간된 `약속의 땅 이스라엘`(글항아리)은 이스라엘의 저명한 언론인인 아리 샤비트가 자신의 조국에 대해 진솔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1950년 이후의 역사 중 굵직굵직한 장면을 뽑아 소개하면서 이스라엘과 유대인이 생존을 위해 피로 얼룩진 길을 걸어왔다고 자평한다.
그는 자신의 증조부가 영국에서 배를 타고 이스라엘로 건너와 정착한 1897년부터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타결한 2015년까지 약 120년간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돌아본다. 저자의 가족사뿐만 아니라 심층 면담, 일기와 편지, 각종 문헌 등 개인적 사건들을 통해 현대사를 재구성한다.
저자는 현상황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인터뷰, 개인 경험, 사료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과거를 조명한다. 이스라엘의 구조적 복잡성과 모순을 진단하며 `실존적 공포`와 `도덕적 분노`의 이중성을 고발한다. 샤빗은 주변국의 침략에 취약한 현실을 직시하는 동시에 1948년 수많은 팔레스타인들을 몰아낸 역사에 도덕적으로 분노한다. 그는 이스라엘의 존재 근거가 된 점령에 대해 “우리 민족, 나 자신, 내 가족을 살리기 위해 했던 더러운 일이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전쟁과 핵개발, 문화, 종교적 광신, 인구변화 등 이스라엘의 다양한 면모를 다뤘다. 저자는 이스라엘의 평화와 장래에 대해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 이처럼 긴박한 벼랑 끝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스라엘의 현실이라 그는 결론짓는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대내외적 압력에 직면한 이스라엘은 지금 존재론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저자는 그래서 자신의 가족사를 서곡으로 삼고 개인적 경험뿐만 아니라 심층 면담, 역사 문헌, 일기와 편지들을 밑바탕 삼아, 개체(부분)의 합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 전체 역사의 매혹적인 파노라마를 묘사하기 위해,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고 또한 극히 인간적이면서도 역사적 연원이 깊은 시오니스트 국가의 결정적 순간들을 조명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