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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리 인생

등록일 2016-11-09 02:01 게재일 2016-11-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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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석 현
청보리 익어가는 배고픈 윤사월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라며

귀청 울리는 뼈아픈 소리 들어가며

혹시 나는 아니겠지 하다가

정리해고 통지 받은 K선배

씁쓸한 맥주 한잔에

구멍 두 개 뻥 뚫린

보리건빵 하나 안주로 씹고 있다

살아오면서 눈보라 비바람

예고 없이 맞고도

서늘한 가슴 감싸가며

하늘 향한 희망만이 살 길이라며

온 가족 두레 밥상 옹기종기

꽁보리밥 비벼먹던

지난 추억 곱씹어가며

꿋꿋하게 살아왔는데, 그랬었는데

그래도 K선배

희망의 끈 놓지 않고

황금물결 다가와 다 함께 어우러져

출렁거리 그 시간을 기다리며

보리건빵 하나를 곱 씹어보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에 불어닥치는 구조조정의 파고가 높고 깊다. 시인은 정리해고 통지를 받고 실직의 나락에 빠진 선배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며 같이 힘들어하고 있음을 본다. 보리는 힘겨웠던 지난 시절부터 민초들의 중요한 양식이었다. 실직한 선배와 보리건빵을 씹으며 재기를 꿈꾸며 다짐하는 강단진 삶의 의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어, 꺾여도 일어서는 보리같은 민초들의 힘을 느낄 수 있어 환한 희망의 빛을 다시 본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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