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2006년 청와대가 그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했을 때 당시 한나라당은 극렬히 반대했고, 그는 13일만에 자진 사퇴했다. 그때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교육까지 거덜낼 작정이냐. 장담컨데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이라 했고, 인사청문회 때는 그의 두 딸의 입학·전학에 문제 있다고 했고, 논문 표절의혹까지 제기했다. 노 정부가 부총리 임명을 강행하자 한나라당은 그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후보자가 사퇴하자 노 정부는 그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앉혔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종합부동산세 등을 이끌며 한나라당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하지만 정치인연은 참 묘하다. 새누리당이 그를 총리로 지명하자 이번에는 야당이 반대한다. 대야(大野)가 반대하면 국회청문회를 통과할 수 없다. “야당의 사전 결재를 받지 않았다”가 이유. 야당이 정권을 사실상 이양받은 모양새를 취한다. 한나라당 시절에 죽기살기로 반대했던 새누리당은 이제 입장이 전혀 달라져서 `김병준 옹호`를 해야 할 형편이다.
매우 난감해진 곳이 국민의당이다. 김 교수를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정치세계에는 친구와 적이 수시로 바뀐다. 한심하고도 재미 있는 정치권의 인연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