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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 권력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1-04 02:01 게재일 2016-11-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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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사람이라 특별히 애정을 쏟는 `가족같은` 인물이 없을 수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도 벨러리 재럿이 있다. 8년간 백악관 수석 고문으로 있다. 재럿은 1990년대 시카고 시장실에 있을 때 당시 오바마의 약혼녀 미셀 오바마를 채용한 것이 인연이 돼 세 사람은 끈끈한 인연의 끈을 맺었다. 흑인 여성 변호사인 재럿은 오바마가 시카고 정계에 진출하도록 다리를 놓았고,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될 때까지 킹메이커 역할을 해주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자 당장 재럿을 불러 `문고리 권력`의 자리에 앉혔다. 대통령은 나이가 몇 살 많은 재럿에게 깍듯이 `누님`이라 부르며, 국정 전반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연설문 손질은 기본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는 20년 지기 최측근이 있다. 후마 애버딘은 1996년 조지워싱턴대 학생시절 백악관 인턴을 하면서 클린턴과 인연을 맺었고 올해 대선후보가 될 때까지 줄곧 곁을 지켰다.

2010년 애버딘의 결혼식에서 힐러리는 “후마는 나의 둘째 딸 같은 존재”라 말한 후 언론들은 그녀를 `클린턴의 수양딸`이라 불렀다. 힐러리는 뭣 필요한 것이 있을 때 후마를 쳐다보며 손가락 마디를 뚝뚝 꺾는 습관이 있는데, 후마는 눈빛만 보고도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알아 정확히 대령했다.

정가에서는 “모든 길은 로마가 아니라, 후마로 통한다”고 한다. 심지어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조차도 아내에게 볼 일이 있을 때는 후마부터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지금까지 주군(主君)을 곤란하게 만드는 스캔들을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비선 실세`가 아니고 `공식 직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둠의 권력`이 될 수 없었고 `공직자 재산 공개` 대상이 되기 때문에 권력형 비리를 저지를 여지도 없었다.

그 점이 한국의 최씨 일가가 권력의 비호 밑에 엄청난 재물을 긁어모은 것과 다른 점이다.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배신감 때문이다. “박근혜만은 반듯하리라”는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는 배신에 국민들은 치를 떨며 허탈해 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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