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 사무소 김항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인문
`말하는 입과 먹는 입`,`제국일본의 사상`의 저자이자, 조르조 아감벤의 `예외상태`, 카를 슈미트의 `정치신학`등 다양한 책들을 번역·소개해온 연세대 국학연구원 김항 교수의 신작 `종말론 사무소`(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조르조 아감벤, 발터 벤야민, 미셸 푸코, 카를 슈미트, 위르겐 하버마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에 응답하거나 대립했던 위대한 사상가들 간의 논쟁을 교차시키며 분석한다. 그를 통해 근대 통치질서의 실체를 밝히고, 인간의 삶을 `벌거벗은 생명`으로 치환해 통치의 대상으로 삼는 `오이코노미아-생명정치`의 패러다임에 맞서 인간이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인 `정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저자는 20세기 이후 서양 정치철학의 근저에 흐르는 종말론적 사유를 들여다본다. 조르조 아감벤은 질서정연한 관리, 즉 오이코노미아(oikonomia)의 통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벤야민을 끌어들인다. 종말론은 인간을 대상화해 권력과 법의 지배를 집행하는`통치`로부터 인간을 존립하게 만드는 고유한 행위인 `정치`를 분리해낸다.
이 책은 `종말론 사무소` 이외에도, 벤야민과 슈미트 사이의 숨겨진 논쟁을 논제로 삼아 예외상태를 둘러싼 서구 정치사상의 근원적 대립을 분석하기도 하고, `적`이라는 개념에 대한 칼 슈미트, 레오 스트라우스, 프로이트의 논의를 검토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인 것`의 재구성을 향한 20세기적 상상력의 전용 방향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층위에서 `정치`의 문제에 접근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