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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를 아름답게 만드는 힘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11-04 02:01 게재일 2016-11-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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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서 영원까지 박정대 지음 문학동네 펴냄·시집

박정대(51) 시인의 여덟번째 시집 `그녀에서 영원까지`(문학동네)가 출간됐다.

총 43편의 시가 총 200페이지에 담겨 있는데 앞서 출간된 시인의 시집들처럼 읽는 우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시라는 형식의 모양새가 있다면 그 틀을 깨고자 태어난 박정대 시인의 언어들은 때론 덩어리로 때론 파편으로 뭉쳤다가 흐트러졌다가 제 안의 제 음악에 이끌려 제 몸을 부리면서 `자유`를 말한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말을 타고 검독수리로 사냥하는 사람을 자유라 부른다지// 카자흐스탄의 언어적 관점으로 보면 나는 자유”(`자유`)라고 노래한 시인은 “그게 누구든 그게 무엇이든 자유를 노래하는 건 그들의 자유/ 스스로 꿈꾸고 스스로 노래하는 자유는 만인의 의무”(앞선 시)라며 이 한 권의 시집 속 절제절명의 `멋`을 그 `자유` 안에서 맘껏 부린다. 그와 동시에 읽는 우리로 하여금 `자유`를 온몸으로 통과해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시집은 접기보다 밑줄 긋기를 능하게 만드는 재주를 갖고 있다. 한 줄 한 줄 감해 접어가며 읽기도 가능하겠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무너져 밑줄 그어가며 읽을 때 그 탄복의 푸른 멍은 거기 더 오래 배일 것이다. 말을 좇지 않고 그 말들을 제 뒤로 좇게 만드는 힘, 그건 억지로 부릴 수 있는 완력이 아니다. 쓰는 자와 부르는 자의 묵묵함이 읽는 자와 듣는 자의 심장을 건드릴 때 그건 완벽한 시이자 노래일 터, 주저 없이 그를 베가본드(vagabond)라 칭해본다. 그는 이렇게도 여전히도 청춘의 심벌이다. 그는 이렇게도 여전히도 시가 전부인 사람이다.

강원도 정선 출신인 박정대 시인은 올해 등단 26년차를 맞았으며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그간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현재 무가당 담배 클럽 동인,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 멤버로 활동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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