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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장

등록일 2016-11-03 02:01 게재일 2016-11-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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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 일
오늘 나는 담장을 쌓아올리며 겨우내 잠자던 어깨 근육을 흔들어 깨웠다. 돌덩이 하나 놓고 수박만한 태양을 놓는다. 돌덩이 하나 놓고 굴참나무숲 그림자를 놓는다. 곰곰이 바람의 각도와 수평을 맞추고 또다시 돌덩이와 재미 없는 한낮의 하품을 마저 놓는다. 그때 나는 줄곧 이 담장 타기를 좋아하는 장미나 능소화의 유쾌한 질주를 생각한다

나는 자명하게도 담장을 쌓는 일에 끝없는 동작으로 있는 힘을 탕진 중이다. 누가 또 돌담을 쌓아 격장(隔墻)울 이루는가. 그러나 나는 돌담처럼 맑디맑게 정다울 것이다.

격장(隔墻)은 담을 사이에 두고 이웃이 된다는 뜻이다. 담장을 쌓고 그 위에 태양을 올려놓고 굴참나무 숲 그림자며, 능소화며 줄장미를 모셔오는 수평적 관계 정립에 관심을 가진다. 시인이 추구하는 유쾌하고 간결하면서도 정겨운 담 쌓기는 단절되고 간격이 분명한 현대사회에서 평평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평화를 만들어가려는 시인 정신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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