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 일
나는 자명하게도 담장을 쌓는 일에 끝없는 동작으로 있는 힘을 탕진 중이다. 누가 또 돌담을 쌓아 격장(隔墻)울 이루는가. 그러나 나는 돌담처럼 맑디맑게 정다울 것이다.
격장(隔墻)은 담을 사이에 두고 이웃이 된다는 뜻이다. 담장을 쌓고 그 위에 태양을 올려놓고 굴참나무 숲 그림자며, 능소화며 줄장미를 모셔오는 수평적 관계 정립에 관심을 가진다. 시인이 추구하는 유쾌하고 간결하면서도 정겨운 담 쌓기는 단절되고 간격이 분명한 현대사회에서 평평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평화를 만들어가려는 시인 정신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