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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과 정권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1-01 02:01 게재일 2016-11-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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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말이 `적토마`. 말이 사람의 절개·신의까지 버리게 했다. 한나라 무제는 아라비아의 말이 천하제일이란 말을 듣고 사러 갔다가 모욕만 당했다. 국가가 보호하는 종마였던 것.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 해서 천리마요, 붉은빛 땀을 흘린다 해서 한혈마(汗血馬)였다. BC101년 한 무제는 전쟁을 일으켰다. 페르가나를 침공해서 한혈마 3천필을 노획해서 돌아왔다.

그 천마(天馬) 중에서도 `역사적인 말`이 적토마였다. 당초 동탁의 소유인데 여포에게 선물로 주자 그는 바로 주군(主君)을 버리고 동탁 밑으로 들어왔다. 조조가 여포를 죽이고 적토마를 빼앗아 관우에게 선물하자 그 또한 조조에게 왔다. 관우 전사 후 손권이 적토마를 취해 마충에게 주었다. 마충이 관우를 죽였기 때문. 관우가 죽자 적토마는 식음을 전폐하고 굶어죽었다. 그때가 적토마 나이 40세였다. 말의 수명은 25년에서 30년인데, 40세에 자결했다는 것은 너무나 `소설적`이다.

“말깨나 타고, 승마대회깨나 나가는 사람”이라면 그는`재벌`이란 뜻이다. 2014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함께 인천아시안게임 승마대회에 나가 단체전에서 금메달,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김동선 선수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3남이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국내 대회 6개에 출전해 9번이나 우승했다.

승마는 워낙 돈이 많이 드는 도락이어서 재벌가가 아니면 엄두도 못 낸다. 유치원 경영이 고작인 최순실씨가 딸을 승마선수로 키운 것은 아무래도 `참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이었고, 그 과욕이 오늘날의 `동티`를 불러왔다. 무남독녀에 대한 자애가 너무 지나쳐서 `권력을 이용한 재벌행세`를 자행했고, 그것이 한 정권을 뒤흔든 원죄였다.

말 한 필의 가격이 1억원에서 30억원이고, 관리비가 월 150만~200만원, 레슨비가 100만~150만원, 말을 이동할 때 트럭을 쓰면 마리 당 150만원, 항공기에 태우면 1천500만원이 든다. 재벌이 아니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다. 분수를 넘는 과욕이 항상 문제를 만든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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