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파리의 사랑과 낭만을 흠뻑 느끼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10-28 02:01 게재일 2016-10-28 13면
스크랩버튼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황현산 번역민음사 펴냄, 시 선집
▲ 미라보 다리에서 바라 본 에펠탑.
▲ 미라보 다리에서 바라 본 에펠탑.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자

우리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저렇듯 천천히 흐르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프랑스 현대시의 심장`이라 불렸던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의 시 `미라보 다리`다.

그가 미라보 다리를 걷다가 연인 마리 로랑생(1883~1956)과의 사랑을 회상하며 썼다는 이 시는 초현실주의 시인이었던 그의 대표작으로 샹송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화가인 마리 로랑생과의 사랑이 파국을 맞은 뒤에 지은 이 시는 고통스러운 추억을 되새기며 사랑의 종말을 노래한 절창.

기욤 아폴리네르 연구로 고려대 불문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황현산 문학평론가가 기욤 아폴리네르 대표시를 가려 뽑은 시 선집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민음사)가 출간됐다.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아폴리네르를 중심으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로 대표되는 프랑스 현대시를 연구해 왔다. 이 선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신호탄`, `도시와 심장` 외 네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코올`과 `상형시집`에서 뽑은 것이다. 대표 시집 `알코올`에서는 자유시의 모범작을 중심으로 시를 선택했으며, `상형시집`에서는 전위적 시론으로서의 시와 잘 만들어진 상형시를 뽑아내 번역했다. 3부 `기타 시편`에서는 최근 프랑스 애니메이션학교에서 아폴리네르의 시편을 바탕으로 제작한 동영상의 원작들을 번역 수록했다. 모든 시에는 치밀한 주석을 덧붙여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도왔다.

표제 시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는 약 300 행으로 구성된 장시다. 스물한살 나이에 동료 가정교사인 애니 플레이든과 사랑에 빠져 문학성 높은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잘 가거라 멀어져 가는 여자와

지난해 독일에서

내 잃어버리고

이제는 다시 못 볼 그녀와

한데 얼린 거짓 사랑아”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에서(25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