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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등록일 2016-10-26 02:01 게재일 2016-10-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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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승 호
서울로 명절 쇠러 간 아무개네 빈집 지나

어둑어둑한 논두렁을 걷는다

울퉁불퉁 두렁길 어색한 지

여전 헛발 디디는 어린것들 일으켜 세우며

촌구석 시집오는 게 아니라는 마누라 불평

바라

바람소리로 흘린다

철지난 원두막처럼 불빛 없이 웅크린 마을

걸리다 못해 들쳐 업은 막내딸년은

얼마나 남았냐고 칭얼대는데

나는 선뜻 대답을 못한다

그래 어디까지 왔는가, 명색이

들판의 장남인 나는 대처로 떠돈 십수 년 동안

동구까지는 돌아왔는가

넌 이담에 연애를 해도 도시 사는 놈하고 해야 한다

바람소리로 흘리지 못할 투정이 뒤통수를 긁는다

새겨듣지 마라, 네 뿌리가 여기란다

여기가 네 뿌리란다

자기가 태어난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를 떠올리며 시인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가만히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비록 명절을 쇠러 고향집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시골생활의 구차함과 가난함과 힘듦을 느끼며 자식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의 생명을 얻은 요람이요 본부였던 고향에 대한 미안함도 나타나 있는 씁쓸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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