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인 숙
꼭지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마지막, 끝점이 되어
배 꼭다리 떨어져 나가듯
줄줄이 태어나는 딸아이가 끝나라는
서럽고 힘든 여자의 꼭지가 되라는
뜻쯤 된다
바람(願)이 이름이 되고
이름이 결실이 되어 마침내 꼭지로
여무는 것이다
꼭지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지탱한 채
떠나보내기 위해서 속으로 말라가며
이름값에 목을 매는
서러운 자리이다
딸자식 많은 집에는 꼭 꼭지라는 이름을 가진 딸아이가 있다. 시인의 말처럼 줄줄이 태어나는 딸아이가 제발 끝나라고 붙인 이름이다. 참 서럽고 힘든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바람이 이름이 되고 이름이 결실이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다. 꼭지와 비슷한 이름으로 뿌뚜리 라는 이름도 있다. 역시 딸아이 많은 집에서 딸아이는 말고 제발 아들 하나 붙들라고 붙들이라는 말에서 연유한 말인듯 하다. 지난 시절 이 땅 어느 마을이든 꼭지와 뿌뚜리가 있었을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