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꽃방석이 있었다

등록일 2016-10-21 02:01 게재일 2016-10-21 18면
스크랩버튼
한 명 희
우아한 실내 장식만큼

표정들은 우아했지만

부드러운 조명만큼

오가는 대화는 부드러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테이블 사이사이 칼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사이 총도 있었다

언뜻언뜻 철퇴가 보이기도 했다

누가 아군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사십도가 넘는 양주도 무서웠지만

모인 사람들의 지위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속에 끼여 앉아 희죽희죽 웃고 있는

나였다

입으로는 벌꿀 같은 달콤한 이야기를 하지만 가슴 속에는 상대를 해칠 칼을 품고 있다는 한자성어 중에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사회의 한 그늘을 일컫는 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우아한 실내장식과 마주한 사람들의 우아한 표정,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무서운 속내와 음모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자리에서 그런 부류의 인간으로 물들어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의 마음을 털어놓은 것은 아닐까.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