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희
표정들은 우아했지만
부드러운 조명만큼
오가는 대화는 부드러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테이블 사이사이 칼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사이 총도 있었다
언뜻언뜻 철퇴가 보이기도 했다
누가 아군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사십도가 넘는 양주도 무서웠지만
모인 사람들의 지위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속에 끼여 앉아 희죽희죽 웃고 있는
나였다
입으로는 벌꿀 같은 달콤한 이야기를 하지만 가슴 속에는 상대를 해칠 칼을 품고 있다는 한자성어 중에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사회의 한 그늘을 일컫는 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우아한 실내장식과 마주한 사람들의 우아한 표정,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무서운 속내와 음모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자리에서 그런 부류의 인간으로 물들어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의 마음을 털어놓은 것은 아닐까.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