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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 병상에서

등록일 2016-10-20 02:01 게재일 2016-10-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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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성 춘
나 기꺼이 돌아가리

바람 한줄기 따라

내게 남은 짧은 시간

둥글게 깨어지며 껴안으리

사방으로 세상은 둥글게 열려 있고

며칠 사이

이토록 너를 가까이 느낀 적은 없다

구름밭과 장미 넝쿨로 뒤엉킨 길

저무는 풀잎 끝에

흰 뼈의 네가 만져진다

나 기꺼이 돌아가리

바람 한줄기 따라

내게 남은 짧은 시간

저무는 이승…, 아. 둥글게 눈부시다!

저무는 풀잎 끝에 맺힌 이슬 몇 방울에서도 인생을 읽어내는 중견시인의 깊은 혜안을 본다. 밤새 풀잎에 맺혀 있다가 아침 햇살에 금방 말라버리고 지워져버리는 이슬 같은 것이 우리네 한 생이 아닌가. 시인은 세상을 둥글다고 말하면서 가파르게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라는 물음을 세상을 향해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저 하늘이 준 만큼의 천수를 다하고 기꺼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평범한 진리 하나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아침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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