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승 기
늘 부스스한 머리
곱슬머리라 그러려니 하며 살았는데
반대로 넘겼더니 가지런하다
어이가 없다
50년을 제 머리카락 성질도 모르면서
무슨 정신과 의사 노릇을 한다고
남의 머릿속만 부스스하게
헤집어놓은 건 아닌지
살며 부스스한 게 어디
머리카락뿐일까만
웃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모두 다시
가르마를 타봐야겠다
한 쪽 방향으로 가르마를 타 온 것을 어느 날 그 반대 방향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인식과 변화에 대한 깨달음 같은 것을 풀어내고 있다. 오랜 습관으로 길들여져 있는 일상 또는 인식에서 벗어나 또 다른 변화와 변혁을 시도해보면서 얻는 것은 단순한 행동양식의 변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고착된 인식을 바꿔보는 유연한 자세를 우리에게도 권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