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창 기
며칠 참았던 담배를 사러
뒷마당에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
겨우 일으켜 세운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데
웬 여인이 불쑥 나타나
양조 간장 한 병을 사오란다
깻잎 장아찌를 담가야 한다고
잘 있거라
처녀애들 젖가슴처럼
탱탱한 바퀴에 가뿐한 몸을 싣고
나는 재빠르게 모퉁이를 돌아선다
근데
이미 오래전에 한 사내를 소화시킨 듯한
저 여인은 누구인가
저 여인이 기억하는
혹은 잊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도무지 시가 될 것 같지 않은 평범하고 극히 개인적인 일상의 한 모습을 시로 얽어낸 시인의 시적 입장은 어디에 집중되고 있을까. 며칠 앓았다가 일어난 시인의 일상은 그야말로 사소한 일들의 연속이다. 시인의 바람기와 외출, 결국은 그러한 욕망마저도 아내와 생활이라는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잠잠히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