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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 아버지 장례식날

등록일 2016-10-07 02:01 게재일 2016-10-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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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광 규
일산 백석공원 아침 산수유나무 열매가 붉다

밤새 울어서 눈두덩이 퉁퉁 부었을 은희 눈도

산수유나무 열매처럼 빨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은희네 상가를 다녀와 빨간 눈으로 넘기는 신문에

전남 담양군 용면 용연리 뒷산

한 무리 백로가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떠나고 있다

충청남도 청양군 남양면 신왕리 수단이 언덕에도

한가지에 여린 빨간 산수유나무 열매 눈알들이

서천으로 떠나는 나뭇잎을 배웅하고 있을 것이다

한 생을 마감하며 떠나는 영혼을 배웅하는 무리의 마음도 눈빛도 빨간 색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산수유 열매처럼 빨간색으로 시를 칠하고 있음을 본다. 서쪽으로 떠나는 망자의 색깔은 희디흰 색은 아닐까. 아무것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한 한 생명으로 왔던 흰색의 영혼 그대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망자의 마지막을 살아남은 자들은 붉디 붉은 눈시울과 처연히 뜨겁고 붉은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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