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배
느린 걸음으로 오는 어둠 보인다
나는 어둠 속에 웅크린다
재두루미 한 쌍 사구를 차고 올라
서녘 하늘로 사라지고 투명하고 붉은
어둠 속으로 늑대들 떼 지어 움직인다
늑대들은 사구를 가로질러
보르크스 가시나무 숲으로
몸 낮춘다 메마른 사루를
소리없이 미끄러지던 달빛 멈추어 서고
보르크스 가시나무 덤불 속으로
타오르는 늑대들
붉은 눈빛
나는 늑대의 붉은 눈빛으로
잿빛 하늘과 맞닿아 있는
침묵의 지평선을 응시한다
이글거리는 눈빛, 늑대처럼
두려움 없이 건너고 싶었던
사막이 내게 있었던 거다
재두루미 날아간 텅 빈 모래 언덕에 가득찬 어둠과 그 어둠 속 가시나무 넝쿨 속에서 웅크리며 어둠을 응시하는 늑대의 붉은 눈빛은 무엇인가. 시인은 인간의 내면 속에 웅크리고 있는 무한한 욕망을 늑대의 붉은 눈빛에 비유하고 있다. 내면 가득 일어서는 갈등과 대립의 착란 상태를 이겨나가려는 초월의 욕망이 사막 늑대들의 붉은 눈빛에 빗대어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사막을 건너야하는 내밀한 붉은 눈빛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