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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불- 붉은 심장을 가진 나무

등록일 2016-10-04 02:01 게재일 2016-10-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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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 흠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갑자기 해가 지고

오래된 나무들은 잎을 오그린다

뜨뜻미지근한 바람이 분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군홧발 소리

횃불을 든 사람들이 거리로 나간다

고구려의 무덤 속 같은 하늘 한쪽에서

세발까마귀 한 마리

서툰 날개짓으로 날아오르고

골목길에서 혹은 갈림길에서 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뛰어다닌다

누군가의 팔뚝이 초승달로 걸리고

항문에서 눈을 꺼내 이마에 붙이는

사람들

머리에 뿔 난 사람들이 두두두두

달려간다

두두두두 달려가던 사람들이

일제히 쫒기기 시작한다

고구려 무덤 속 같은 하늘 한쪽에서 세발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오른 불길한 징조와 더불어 펼쳐지는 일련의 환상적인 풍경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의 처참한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대흠 시인의 많은 시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비극적인 풍경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쏟았던 의로운 피의 희생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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