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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풍경

등록일 2016-09-30 02:01 게재일 2016-09-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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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학 원
방문을 열고 뜨락을 내다본다

뜨락의 옥수수 키재기로 깔깔거리고 웃는다

팔월 한낮도 지나 황혼은 태양에서 떨어져나온

황금조각으로 빛의 화살을 쏜다

화살은 집들과 후박나무 들어선 들판에 꽂혀

자기 자신이 낸 상처에서 피를 흘린다

하늘 높이 나는 새떼들 그 피를 물고

오렌지 분홍빛 장미꽃을 도처에 뿌리자

골목길 아이들 와락 함성을 지른다

자, 가자 진돌이 우리들이 자주 가는 웅덩이에서

더욱 높이 올라가는 새떼들 축제를 바라보며

황혼이 흘린 핏물을 실컷 마시자

아니 그런가 나의 애견 진돌이

노을 지는 황혼 무렵의 풍경을 역동적인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아직은 팔월 한더위 속에서 생명의 문을 활짝 열고 성장에 이르고 가을의 결실을 향해 달려가는 자연의 모습에서 힘을 느끼게 해 준다. 그 풍경 속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서도 시인이 키우는 애견 진돌이에게서도 그러한 시인의 바람은 진하게 묻어나고 있다. 폭염을 견디고 있는 자연물에 스밀 깨끗하고 투명한 가을을 기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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