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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길

등록일 2016-09-29 02:01 게재일 2016-09-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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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 영
나무와 나무 사이에 길이 있다

바람이 건너다니는 길이다

새가 날개를 접었다 펴면서 건너면

길은 수많은 의문의 잎을 달고 생각에 잠긴다

그 옆으로 줄지어 달려가는 전봇대가 보인다

그 길은 묶여서 자유롭지 못하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서로를 붙잡을수록

지독한 가슴앓이를 한다

서로를 묶는 일 나무들은 하지 않는다

놓아둘수록 길은 수많은 갈래를 만든다

어디든지 뿌리만 있으면 갈 수 있다

늦은 봄까지 초록이 전염되는 것을 보면 안다

가을이 깊을수록 의문을 떨구어

길을 환하게 한다

어렵게 어렵게 살려하지 않는다

가고 오지 못한 길 사람만이 만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이나, 현대문명의 사물과 사물 사이의 길에는 생명감이 없다. 간섭과 제약의 관계나 부자유와 구속의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는 길이어서 관계를 힘들게 하고 고통과 괴로움을 내포하고 있는 길이다. 그러나 시인이 말하고 있는 나무와 나무 사이의 길은 무한한 자유와 평화가 있고 생명이 넘치는 길이다. 시인은 이런 자연의 길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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