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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행동으로

등록일 2016-09-29 02:01 게재일 2016-09-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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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봉 신부·천주교 대구대교구
언젠가 교리 신학원에 가서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가 수도자들이었습니다. 신학교에서 신학생을 앞에 두고 강의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수녀님들 앞에서 강의를 하려니까 쉽게 말문이 터지지 않았습니다. 2시간 강의를 힘들게 겨우 1시간에 마쳤습니다.

나중에 강의 마치고 방에 들어와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수도자들 앞에 선 나의 삶이 부끄러워서였던 것 같습니다. 이미 완전한 봉헌의 삶을 살고 있는 수도자들에게 얕은 신학지식을 가지고 하느님과 신앙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부끄럽지 않으려면 가르치는 대로 정말 잘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신부는 죽으면 입만 천당 가고, 수도자는 죽으면 귀만 천당 가고, 평신도는 죽으면 발만 천당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사제인 나는 참 말을 많이 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말 많은 이 세상에, 말은 잘 못해도 묵묵히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많은 말로 잘난 체 하며, 듣는 사람의 귀와 정신을 어지럽히고 현혹시키는 사람보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으로 겸손하게 살며, 보는 사람의 눈과 정신을 맑게 하는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적어도 나도 그런 사람들 축에 속하고 싶은데, 여전히 말 많은 나를 보면 아직은 욕심인 듯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두 아들의 비유를 통해서, 번지르르 말만 잘 하고 실제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지 않는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말은 잘 못해도 실제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한 세리와 창녀들이 그들보다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 안에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일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삶으로 보여주셨듯이 목숨 바쳐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일 것입니다. 말이 많으면 실천이 어려운 법입니다. 사랑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말수는 줄이고 행동으로 사랑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그래서 예전에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은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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