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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1

등록일 2016-09-26 02:01 게재일 2016-09-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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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기 철
감기에 걸린 집은 외롭다

한밤이면 가래를 뱉어 내며

쉬고 있는

긴 골목이 깨지 않도록

찬 공기 속에 어둔 기색을 게워 내지만

기침은 참을 수가 없다

목젖 속으로 긴 꼬리를 단

가래침이 아직 잠자고 있는

집은 외롭다

아직도

진찰을 받아 보지 못한 채

검진받을 날짜만 기다리며

불안한 목젖이

어둠 속에서 열쇳구멍을 찾는

집은 지금

앓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몸을 집 한 채로 비유하며 감기로 한밤을 힘들게 건너는 자신의 경험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거주하는 집이 살아갈수록 낡고 헐어가듯이 우리네 영혼의 거처인 우리의 몸도 세월 지나가면서 그 기능이 원할치 못하고 이상이 생기고 병들어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집이 낡고 헐어도 쉬 무너지지 않듯이 우리네 몸도 그리 수월히 스러지지 않는 것이리라.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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