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 대
하얀 자유여
하얀 파도여
너를 보러 가는 길
보리가 패는 초록의 들길로
고혹의 눈이 따라 나서네
봉길 바다에 가면
왠지 서러울 것 같다
애달플 것 같다
아직 깨지 못한 초여름인데
물기 도는 사랑을 광합성 하는 포플라 이파리가
손바닥을 흔든다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소리 같은 바람이 분다
봉길 바다를 보러 가는 길
살구꽃 같은 눈물이 다가 온다
시인은 왜 봉길 바다에 가는 길에 서서 저리 설레이고 잔잔하게 마음이 떨려오고 눈물이 비쳐지는 걸까. 무한히 펼쳐져 있는 바다 앞에 서면 한없이 작은 존재로서의 자신을 본다. 뿐만 아니라 영원의 자연 앞에 순간적이고 찰나적인 한 생을 아옹다옹 살다가는 우리네 생이 들여다 보이는 것이리라. 지나온 청춘의 시간, 아름다웠던 사랑마저도 이제는 훌훌히 다 벗고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로 끝없이 가슴에 와 닿는 바람 앞에 설 뿐인 것이다. 그게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