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보이스황선미 지음문지푸른책 펴냄·청소년소설
2014년 런던도서전 `오늘의 작가,` 2015년 서울국제도서전 `올해의 주목할 작가`이자,`마당을 나온 암탉`과`나쁜 어린이 표`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동화와 소설을 넘나들며 어른과 아이 모두가 공감하는 작품을 써온 황선미 작가의 신작`틈새 보이스`(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황선미 작가의 세번째 청소년소설로 작가 특유의 세심한 필치와 흡입력 있는 전개,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깊이와 감동은 여전하면서도 한층 더 농익은 작품세계를 펼쳐 보인다. 전작인`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에서 유년기의 자전적 체험을, `사라진 조각`에서 청소년의 집단 성폭행 문제를 다뤘다면, `틈새 보이스`에서는 `가정`과 `학교`라는 안전 울타리 밖으로 내쳐진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어른들의 제대로 된 보호와 보살핌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따스하고도 정교한 시선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 속에는 마음의 상처와 비밀을 지닌 네 명의 소년이 등장한다. 학교도 사는 곳도 꿈도 성격도 가정환경도 제각각. “틈새. 우리 사이에는 그게 있다. 마치 이 분식집처럼. 우리가 모일 수 있는 공통점이란 시간뿐이었다. 6시에서 7시 사이.” 이들에게 공통점이라곤 그저 “시간뿐”이지만,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를 홀로 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어딘지 닮은 구석이 있다. 불안한 속내를 감추기 위해 잔뜩 날이 선 모습도. 소년들은 `틈새`라고 부르는 분식집에서 우연히 만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나브로` 친구가 되어간다.
소설은 친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간직한 주인공 `무`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불안하고 서툴기 짝이 없는 `무`와 틈새 소년들의 이야기, 그리고 `무`의 과거를 둘러싼 의외의 인물과 여러 사건들이 맞물리며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 소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가슴 먹먹한 감동을 자아낸다. 작가 특유의 절제되고 흡입력 있는 문장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 내면의 상처를 지닌 소년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고 밀도 있게 그려낸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더 나은 미래로, 바깥세상으로 한 걸음 조심스레 내딛기 위해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견뎌내는 틈새 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 역시도 “기댈 데 없이 외로웠던 청소년기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먼저 그 시기를 지나온 한 사람으로서 외롭고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을 이들에게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