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인 서
이 바다, 언덕, 어디 고래의 땅 아닌 곳 없어서
수평선은 저렇게 지구의 둥근 가장자리
간절함은 고래만한 우체통의 몸으로
동굴처럼 앉아 있기도 한다고
바다는 이따금 산정의 풀밭처럼 순하게 엎드렸으니
먼바다 파도 골짜기 사이로 춤추며 오는
그의 미끈한 지느러미 날개 보이는 듯
그도 우리 마음 모르지는 않을 것이어서
바다에게 적어 부치는 내 막막한 몇 줄의 엽서
여기서부터 고래의 시작일 것만 같아서
우리나라 동해 중부 연안에서 부산 앞바다까지 고래가 다니는 길이 있고, 그 바닷가 언덕에는 빨간 소망우체통이 있다. 사람들은 거기에 자기의 소망을 적은 편지나 엽서를 넣는다. 그 편지에는 그들 소망이 푸른 바다에 가 닿고 떠오르는 태양에 가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람이 소복 담겨져 있다. 어쩌면 시인은 창해의 자유로운 영혼인 고래들이 그 소망을 나르는 존재로 여기고 있는지 모른다. 눈빛 고운 고래가 이 싱그러운 아침을 유영해 오는 느낌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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